아직 우리 할머니께서 머리도 까맣고 허리도 곧았던때, 나에게는 한가지 도벽이있었는데... 그건 바로 할머니 방에 살금살금 들어가 사탕통에서 하나하나씩 빼먹는 젊은시절(?;)의 객기라고 할까. 후훗. 과일모양의 사탕이 유리병에 한아름씩 담겨있었는데, 포도모양이랑 귤모양이랑 수박 모양 뭐 이런게 들어있었더랬다. 그때에 그 사탕을 하나 집어서 엄마방으로 후닥닥 피신후 사탕을 입에 물고,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그 달콤함을 느끼곤 했는데. 그 때의 그 사탕들은 모양과 색갈은 제각각이었던 반에 맛은 이상하리만치 비슷했었던 기억이 있다. 에쿠니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를 읽다보면 그런 사탕을 먹는 기분이다. 그녀는 이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각각에 따른 이별 형태는 많이 다르다는것.  초지일관 비관적인 사랑이야기로 묶여 있다고 말하기엔 스팩트럼이 너무 넓고, 게다가 그 문체는 담담하기 까지 하다.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 <골>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중 한편 -

표지의 보라색은 이별에 대한 색갈을 이야기 해주는듯, 마치 색상표의 보라의 처음부터 끝 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에서 그랬듯 그녀의 문체는 폐부를 깊숙히 찌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2시간동안 고작 30페이저정도 밖에 못읽은 부분이 있을정도로 읽다 말다를 반복한 책이다. 역시나 다시 읽고 싶은 책이지만- 요즘은 나 역시도 너무 힘든 시기라..

남은 에쿠니가오리 책은 도쿄타워와 마미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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