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활쏘기를 겨루겠소!」
 람발도가 그녀를 향해 달려가면서 말했다.
 젊은이는 그렇게 언제나 여자를 향해 달린다. 하지만 그를 떠민게 정말 그녀에 대한 사랑일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그를 떠민게 아닐까? 여인만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존재의 확실성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고 행복하기도 하고 절망적이기도 한 젊은이는 달려가서 사랑에 빠진다. 그에게 여자란 분명 여기에 존재하는 사람이며 그녀만이 존재를 확인시켜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여자 역시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젊은이 앞에 있는 그 여자도 불안에 떨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젊은이는 어떻게 할까? 두 사람 중 누가 힘이 세고 누가 약한지가 중요한 것일까? 둘은 비슷하다. 하지만 젊은이는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 그가 갈망하는 그녀는 존재하는 여자이고 분명한 여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니 더 적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그가 아는 것과는 다른 것들을 알고 있다. 지금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다른 존재의 방식이다. 그들은 함께 활쏘기를 겨룬다. 그녀는 그에게 소리를 치고 그를 무시한다. 시합을 위해 그녀가 그런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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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사람이 아주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펜이 먼지에 뒤덮인 잉크만 찍어대는 시간이 찾아오고 써놓은 글 위에는 삶이 조금도 흐르지 않는다. 삶은 모두 밖에, 창문 너머에, 글을 쓰는 사람의 외부에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써놓은 페이지들 속으로 몸을 숨길 수도 없고 다른 세계를 열 수도 없고 삶과 글의 간극을 메울수도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이 즐겁게 글을 썼다면 그것은 기적이나 은총 때문이 아니라 죄악과 우상화와 오만함의 결과이다. 그러면 나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났을까? 아니다, 난 글을 쓰면서 선한 사람으로 변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불안하고 별 의식이 없는 젊음을 약간 소모했을 뿐이다.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페이지들이 내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책과 서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가치가 없을 수도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할수 없다. 그는 글을 쓰고 또 쓴다. 그러는 사이 이미 그의 영혼은 사라져 버리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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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은 자신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자신의 외면을 전혀 변화시키지도 못한 채, 결국은 모든 것이 움직이며 세상의 단단한 껍질속에서는 아무것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매끄러운 페이지 속에서 움직인다. 세상에는 바로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종이와 똑같은 물질의 확장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확장은 여러 가지 형태와 밀도 그리고 다양한 농담의 색깔로 수축되고 응축되지만 그래도 편평한 표면 위에 덧칠해진 모습으로, 또 털이나 깃털 투성이의 덩어리, 혹은 거북이 껍질처럼 마디투성이의 덩어리로도 형상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털 덩어리, 깃털 덩어리, 마디 덩어리들은 종종 움직이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혹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주변으로 균일한 물질들이 확장될 때 부여된 다양한 특성들 속에서 그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글과 삶이 동일시되지 않는다는건 좀 슬픈일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이상향을 잡고 미친듯이 뛰어가는데 전혀 가까워지지 않는 삶을 사는것처럼. 나의 글들이 그렇다. 본문에도 나와있듯. "글 위에는 삶이 조금도 흐르지 않는" 삶. 그런 글들에 의미가 있을까? 칼비노의 작품중에 처음으로 읽어본 작품인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존재하지 않는 기사 라서 덕분에 판타지 소설이라는 이상한 오해를 한 녀석도 있었지만. 존재성에 대해서 생각하는것. 끊임없이 갈구하는것.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이유가 내 자신을 그앞에서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확실히 외롭거나 고독한것보단. 나 자신을 공고히 다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인간은 환경의 영향(혹은 지배)을 받지만 근본적으로 바뀌는건 환경을 바꾸기보단 자신을 바꾸는것. 일테다. 환경은 어딜가도 고정적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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