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난 모르겠어. 그런게 사무라이 야군가? 마치 투우장에서 던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래. 또 하나 모르는 게 있어.'
'뭐야.리치.'
'저 팬들은 응원에 열중하곤, 시합 쪽은 별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내 기우일까?'
'리치, 네 말대로야. 아무도 시합 같은 건 보고 있지 않아. 시합 경과는 집에 돌아가서 '프로야구뉴스'를 보면 알게돼. 모두 응원하러 나온거야.'


"그거야, 문제는." 한신 팬인 극작가는 깊은 고뇌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들 팬은 아무것도 몰랐어. 적어도, 밖에서 보고 있는 한, 모든게 잘 되어 가고 있는 듯이 보였어. 20년 만의 우승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지. 그렇지만 매직 넘버(역자주: 수위 팀이 우승하기 위해 필요한 승수)가 줄어들 때마다 그들의 스트레스는 늘어 갔어. 그리고 매직 넘버가 나머지 하나가 되었을때, 그들은 겨우 깨달았던 거야. 우리들이 하고 있는 것은 야구가 아니다. 확실히 야구를 많이 닮았고, 규칙은 거의 같고, 방망이나 글러브나 로진 백이나 통증을 가라 앉히는 스프레이를 쓰는 점도 공통되었고, 공의 크기나 재질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똑같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러나 그건 야구가 아니었던거야."



 박민규보다 좀 더 해체적이고 정신없던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책이다. 야구가 사라진 시대의 이야기들은 얼개와 얼개가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는 없다. 마치 조각조각 붙여놓고 보니 그것이 이것이었던가 하는정도의 알똥말똥함. 하지만 어떠한 하나의 현상.이라던가 가령 삶.에대해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보단. 이편이 훨씬 편하고 자세하고 단단하게 다가왔다. 작가가 힘을 쭉 빼고 쓴 글이라고 했다.
박민규라면. 과연-. 이라고 한마디 던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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