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이쯤되면 '아량 싸움
망상증'이라고 부를 만한 공작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다 자란 자식이 끼어 있는 가정처럼 선수가 두 사람 이상 참가해야 재미있어.
아주 사소한 일, 예컨대 정원에서 차를 마시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하자. 다른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자기는 별로 생각이 없지만 다른 사람이
원한다면 마시겠노라는 뜻을 분명히(그러나 말을 아껴가며) 전한다. 그러면 처음에 말을 꺼냈던 사람은 금세 자기의 제안을 철회해 버리는데,
표면상의 이유야 물론 '비이기주의' 때문이지만 사실은 지금 말한 사람의 치사한 이타주의에 놀아나고 싶지 않다는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말한
사람 역시 비이기주의를 실컷 행사 할수 있는 이 기회를 포기하지 않으려 든다. 그래서 그는 계속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우기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사람들대로 그가 원하는대로 하라고 우긴다. 감정이 점점 격해진다.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의 입에서"좋아, 마음대로 해. 난
절대 안 마실 테니까!"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바야흐로 양쪽 모두 독한 분노를 품고 진짜 싸움에 돌입한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알겠느냐?? 만약 처음부터 각자 자기뜻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면 이성과 예의라는 테두리를 지킬 수 있었겠지. 그러나 이 의견 충돌은 제 뜻을
고집하느라 생긴게 아니라 거꾸로 상대방의 뜻을 고집하느라 생긴 것이거든. 이렇게 자신들이 실천하고 있는, 또는 적어도 변명으로 삼을수 있는
명목상의 형식적인 '비이기주의'의 그늘에 가려 버린 형편이니, 실상 이 모든 분노는 좌절된 자기 의와 고집과 지난 10년간 쌓아여온 불만에서
나온거라는 사실을 알아챌리가 있나. 물론 쌍방 모두 상대편의 비이기주의가 싸구려에 불과하다는 점과 그로 인해 자신이 그릇된 입장을 취할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은 아주 민감하게 느끼고 있지. 그러면서도 멍청하게시리 정작 자기는 아무 잘못없이 억울하게 이용당했다고 느끼거든. 사실 이
정도의 부정직성이야.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만 해....
이건 지혜님 따라해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