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0-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요?연금술사로 세계적인 베스...
가격비교


 ‘그녀를 위해서라면 마법을 포기할 수도 있어.’ 한순간이나마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이내 깨달았다. 사랑은 이런 식의 포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허락한다. 그 때문에 서로가 갈라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 본 저녁노을과 같은 것은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어.” 마법사는 말을 이었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며 내리는 오후를, 잠든 아이의 평온함을,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소유할 수 없듯이. 아무도 대지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소유할 수 없지만, 그것을 알고 사랑할 수는 있어. 신께서 인간에게 당신 모습을 드러내시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순간들을 통해서지.    우리는 태양의 주인도, 오후의 주인도, 파도의 우리는 태양의 주인도, 오후의 주인도, 파도의 주인도, 심지어 신께서 보여주시는 환영의 주인도 될 수 없어. 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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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가격비교


정말 무지한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주입된 생각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맹신하는 자야말로 무지하다. “별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가 자네에게 가르쳐주었는지 모르지만, 별은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추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별일 뿐이네. 사랑하는 자에게 별은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배고픈 자에게 별은 쌀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나.”

순정이 있었고, 충직했고, 보기에 따라선 쌍꺼풀도 남달리 이뻤다. 그러나, 서지우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여전히 ‘멍청’했다. 감수성이란 번개가 번쩍하는 찰나, 확 들어오는 그 세계를 단숨에 이해하는 섬광 같은 것일진대, 그에겐 그게 없었다.

향기 나는 너의 머릿결이 어깨, 이마를 먼저 비질하고 지나가자, 온화한 선지자처럼, 이번엔 네 가슴결이, 어깨를 쓱 스치고 머리께로 올라왔다. 이제 두 달만 지나면 열일곱 살이 될 가슴이었다. 그것은 넘치지 않고 조금도 모자라지 않는, 남해의 태양빛이 잘 익힌 오렌지 같았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자꾸 황금빛 오렌지의 원융한 테두리가 보이고, 바다로 내뻗은 팥알 같은 유두와 보라색 젖꽃판이 보였다. 그것들은 마치, 네 손등 위, 울근불근하던 피돌기처럼, 쏜살같이 내 시야로 진군해 들어왔다. 그리고 차츰 팽창했다. 어깨에 닿았던 가슴이, 네가 위치를 바꾸는 데 따라 머리, 광대뼈를 건들고, 턱을 살짝 눌렀다. 나는 숨을 멈추었다. 손끝은 껍질을 벗겨내고 싶어 거의 미칠 지경이었으며, 입술은 오렌지 단물을 베어물고 싶어 지옥문처럼 굳었다. 향기가 네 머리칼, 가슴에서 났다. 쥐스킨트 소설 『향수』에서 완성된, 세상의 모든 시간을 해방시키는 ‘처녀의 향기’였다.

생은 결과적으로 내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조심했고, 억눌러 견디었다. 시가 감정의 분출을 받아쓰는 것이라고 여긴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감정은, 일종의 얼룩에 불과했다. 싸구려 얼룩들을 지워야 맑은 유리 너머로 참된 세계 구조가 보일 거라는 게 나의 시론이었다. 그것을 ‘내 시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내 것이었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서, 나는 다만 전투적으로 나를 억압하고 산 것뿐이었다.

이적요 시인이 본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란 은교로부터 나오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단지 젊음이 내쏘는 광채였던 것이다. 소녀는 ‘빛’이고, 시인은 늙었으니 ‘그림자’였다. 단지 그게 전부였다.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 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카페 안의 젊은 그들과 나 사이엔 전쟁에서의 전선보다 더 삼엄한 경계선이 쳐져 있었다. 잔인한 금줄이었다. 세대 간의 단층을 왜 모르겠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단층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하지만 내가 저들과 친구로 지내자고 요구한 바 없고, 내가 저들의 자리에 끼어 앉으려 한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한 지붕 아래 있는 것만도 참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세계 어디에, 저렇게 또래들만 모여 앉아 늙은이는 ‘무조건 나가달라’고 말하는 곳이 있을까.

어떤 경우,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는 저주받은 자들이 하는 짓이다. 서지우는 내가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방법까지 모두 동원해 철저히 그애를 갖고 놀았다. 그렇다고 나는 믿었다. 나의 집, 서재, 침대 위였다. 나는 사디스트도 아니고 마조히스트도 아니다. 그 순간 내가 본 모든 것을 더이상 리얼하게 묘사한다는 것은 잔인한 사실주의자들이 벌이는 극단적인 가학이나 피학일 것이다. 내가 어찌 초목 옆에서 살아야 마땅한 은교의 희디흰 대지가 나의 서재, 나의 침대에서 서지우라는 ‘짐승’에 의해 속속들이 해체되고 망가지고 파먹히는 것을 여기에 다 낱낱이 묘사할 수 있겠는가.

모든 나의 괴로움 사이 죽음과 나 사이
내 절망과 살아가는 이유 사이에는
부정不正과 용서할 수 없는 인류의 불행이 있고
내 분노가 있다

―P. 엘뤼아르(Éluard), 「사랑의 힘에 대하여」에서

불에 타고 난 노트의 재를 그녀가 울면서 화장실 변기 속에 주워넣고 있었다. “할, 할아부지…… 아무 죄…… 없어요! 진짜로…… 시……인이었어요!” 그녀가 검댕이 잔뜩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봐요, 변호사님. 나하고보다…… 할아부지하고 서선생님하고…… 더 친하다고 그랬잖아요!” 눈물과 검댕이가 범벅된 그녀의 얼굴은 애련했다. “이거, 태운 게…… 죄라면요, 처벌받을게요. 저는요, 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녀가 이윽고 화장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할……아부지가…… 나를요, 이렇게…… 갖고 싶어하는지도 몰랐다구요. 이까짓 게, 뭐라구요.”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쳤다. “뭐예요…… 바보같이, 자기 혼자서……” 나는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그녀의 손에는 노트를 묶도록 된 검정 끈만 달랑 들려 있었다. 나는 얼결에 타다 만 그 끈을 받았다. “할아부지요, 몰스킨에다…… 만년필로 썼네요. 자기만 멋 내구……” 웃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녀는 얼른 웃지 못했다. 그 대신 그칠 듯했던 울음이 다시 흘러나왔다. 검댕이 섞인 검은 눈물이 일찍이 이적요 시인이 그녀에게 사입혔던 노란 셔츠에 뚝뚝 떨어졌다. “몰스킨이라니?” 내가 화제를 돌리려고 짐짓 반문했고, 그녀가 나의 아둔한 반문에 비로소 울다 말고 킥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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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온건 에러
입벌리고 찍은건 안 에러
졸린건 에러-


그러고 보니 만난지도 이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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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고. 강하면 부러진다고. 나도 편히 사는법을 안다. 좋은게 좋은 거라는 의미도 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이성은 실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동시에 나를 꿈에서도 떼어 놓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가슴으로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살겠다. 그 가슴은 영원히 상처받지 않고, 신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이성을 넘어 가슴을 따르고 가슴으로 판단하겠다.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충동을 믿고 도전하겠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는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 에필로그

삼성이랑 싸운다. 교회랑 싸운다. 검경 대검 거칠것이 없다.
그러면서 부끄럽다 한다. 나는 삼성. 교회. 대검. 검경 부러운데.

부러우면 지는건데 분명 부럽다. 아직도 생각해야할것과 고민해야될것이.
20대에서 끝나지 않고 29 그리고 30대로 이어진다.

얼마전에 지인과 정치이야기를 했다. 참나원. 정치이야기는 왠만해선 안하는데..
그래서 말을 하다가 "그래서 넌 지지하는게 누군데?" 원참나.
그나마 가까운 심상정 생각이 나서 그녀를 이야기 했다.
그는 그사람이 싫다 하였다. 너무 데모를 많이 하고 정권심판론 어쩌구 이야기를 한다. 나원참.

근데 알고는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이 우릴위해 싸우는걸..

암튼 나도 요즘 투표근 단련중이다.
4월 11일날 투표해야지..

왜 시사활극인지는 본사람만이 안다 +_+)
프롤로그보단. 에필로그가 좋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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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책샀땅-!

리춘식 형님 책이 있어서 늦게 올줄 알았더니..

하루만에 도착-! 열씨미 공부하겠슴니당.. 횽님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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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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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하도 안썼더니 어색할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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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가끔 웃는다
그리고 많이 운다

예전엔 웃지도 울지도 않았는데.
뭐가 좋은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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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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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되도 않게 팡세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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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늘 서울 맑음은 HD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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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하고 사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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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내가 <루딘>을 읽은것은 15년전, 대학생 때였다. 15년이나 지나서 배에 붕대를 감은 채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니까, 이전보다도 주인공인 루딘에 대해서 훨씬 더 호의적인 감정이 들었다.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바로잡을 수가 없다. 즉 인간의 성향은 대략 스물다섯 살까지 정해져 버리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노력해 보았자 본질을 바꿀 수가 없는것이다. 문제는 외부 세계가 그 인간의 성향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 하는 것으로 압축될 뿐이다. 위스키의 취기도 한몫 거들어서, 나는 더욱더 루딘에게 동정표를 던졌다. - p242

이 세상에서 사라진후에 과연 어떤 세계로 가는가 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내 인생의 장밋빛 광채가, 35년 동안에 이미 93퍼센트나 다 써서 닳아 없어져 버렸다 해도 전혀 상관없다. 나는 다만 나머지 7퍼센트만이라도 소중하게 가슴에 품은 채로, 이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무한정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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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한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의 성질은 성적이나 숫자나 순위라고 하는 고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 속에 유동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인식에(잘 된다고 하는 가정이지만) 다다를 수도 있다. .....그런 인생을 옆에서 바라보면 ㅡ 혹은 훨씬 높은데서 내려다보면  ㅡ 별 다른 의미도 없는 더 없이 무익한 것으로서, 또는 매우 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서 비쳐진다고 해도, 또한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던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p255~257

펍 이름이 소울 언더그라운드... 이면 림보상태인건가 ㅡㅡ;
스무명 남짓. 서로의 모공을 보며 즐겼던 콘서트.


앞장이랑 동일한 브라만 님.

이날은 소이님의 온기를 팔로 직접 *-_-* 느낄수 있어서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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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만 계급으로 상승중인 내 친구-



이렇게 보니 완전 덤엔더머네...


나도 오랜만에 사진나와주시고..


그리고 가면 언제나 찍는 이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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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하면서 잃은것.
친구와의 문자하는 시간.
책을 읽는 빈도
밤에 우울해 하는시간.

일을하면서 얻은것.
약간의 지식.
약간의 돈.
밤에 우울할새도 없이 자는것.

ps 오랜만에 만난 우리 누나-!
누나! 맨날 아프면 우째.. 건강해야지.
아프면 아무도 안댈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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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가 학생들의 값비싼 놀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인생을 '놀듯이 보내거나' 또는 인생을 '공부만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가지 그것을 진지하게 '살아' 보라는 것이다 -p74

나는 사람의 꽃과 열매를 원한다. 나는 사람에게서 어떤 향기같은것이 나에게로 풍겨오기를 바라며, 우리의 교제가 잘 익은 과일의 풍미를 띠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의 '착함'은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흘러넘치되 아무 비용도 들지않고, 또 그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많은 죄를 덮어주는 은전恩典과도 같은 것이어야 한다. -p84


이미 말한것 처럼 나느 절망을 주제로 한 시를 쓰려는 것이 아니고, 횃대 위에 올라앉은 아침의 수탉처럼 한번 호기있게 울어보려고 하는것이다. 그것이 이웃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결과밖에 얻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p121


밭농사가 잘되어 농부의 광을 가득 채우느냐 아니냐는 비교적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금년에 숲에 밤이 열릴것인지 아닌지 다람쥐가 걱정을 않듯 참다운 농부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생산물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초의 소출뿐만 아니라 최종의 소출도 제물로 바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p239


내가 알기로, 나무를 베거나 얼음을 잘라내는 일 말고 애 어른을 막론하고 우리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월든 호수에 와서 한나절의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유일한 용무는 낚시질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놀란 적이 있다. 대체로 그들은 긴 줄에 꿸 만큼 많은 물고기를 낚지 않으면 운이 없거나 시간 낭비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내 호수를 바라볼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p307


연약한 생명체가 펄프처럼 짓눌려 없어지더라도, 예를 들명 왜가리가 올챙이를 통째로 삼킨다든지, 길 위에 거북이와 두꺼비들이 마차에 치여 때론 즐비하게 죽어 넘어지더라도, 자연은 그것을 허용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사고를 당할 위험을 안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해명은 불충분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현명한 사람이 여기서 받는 인상은 보편적인 결백이다. 독이란 것도 알고 보면 위험한것이 아니며, 어떤 상처도 치명적인 것은 없다. 연민이란 지지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것은 임시변통적인 감정임이 틀림없다. 그에 대한 변명을 고정관념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p453


그가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빈곤도 빈곤이 아니며 연약함도 연약함이 아닐 것이다. 만약 당신이 공중에 누각을 쌓았더라도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누각은 원래 공중에 있어야 하니까. 이제 그 밑에 토대만 쌓으면 된다.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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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퉁이  (0) 2010.08.06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래 전의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능한 한 오랜 옛날, 나의 유년 시절 초기, 아니 한층 더 예전 아득한 조상의 위치로까지 거슬러올라가야만 할 것이다.
 

  작가라는 부류는 글을 쓸 때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어떤 인간의 일생을 낱낱이 꿰뚫어 알고 있으며, 또한 신이 자기에게 그러한 사실을 얘기라도 해 준 것처럼 아무 거리낌없이 실상 그대로를 그려내고 있는 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로선 그럴 수가 없다. 여타의 작가들 역시 누구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일 테지만, 개개의 작품 모두가 소중하듯 내게도 나의 이야기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아니, 이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존재할지도 모르거나 가공적으로 그려낸, 또는 이상적인, 아니면 존재치 않을지도 모르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살아 있는 한 인간의 실제적인 생애를 그린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한층 소중하다.

 

  현대의 인간들은 지금 실재하고 있는 인간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를 예전 그 어느 시대의 인간보다 더 모르고 있다. 단 한번씩밖엔 존재하지 못하는 자연의 귀중한 실험체인 인간들이 서로를 대량 학살하고 있음을 보더라도 그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간이 죽음의 손에 의해 완전 사멸되어 버리는 것이라면, 한 방의 총탄으로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게 되는 것이라면, 사실 이처럼 이야기를 글자화한다는 건 정말 무.의.미.한. 시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든 생을 영위해 가며, 누구를 막론하고 독특한 존재인 데다 특수한 한 '점(點)'이라는 면에서, 또한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교차되는 지점이고 오직 한번뿐이라는 면에서 큰 호기심을 북돋는 귀중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인간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모두 소중하고 영원하고 경건하며, 또한 어떠한 생애를 살든 자연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는 한, 모두가 중요한 존재이므로 누구에게서든 경멸을 당한다거나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들 모두가 정신의 일시적 형상이며, 삶을 얻어낸 고통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수난은 실상 모든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사실적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느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월히 죽을 수 있듯,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난 후엔 좀더 쉽게 죽을 수 있으리라.


  나 스스로 자신이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 이르러 고고하게 서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 길, 그 방향을 탐색하는 인간이었으며 지금도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젠 전처럼 환상이나 책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 애쓰진 않는다. 이미 나의 피가 속삭이는 내면의 교훈을 듣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별로 유쾌하다거나 지어낸 이야기처럼 감미롭지도 못하거니와 조리있게 엮여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마치 더는 자신을 거짓되게 하지 않으리라 결심한 자의 삶처럼 부조리와 혼란과 광기, 몽상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인간의 생애란 결국 자기 자신에 귀착하기 위한 긴 여로이며, 그 길을 찾아내기 위한 노고이며, 그 오솔길을 암시하는 데 불과하다. 지금까지 완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었던 존재라곤 전무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감지하고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있을 망정, 모든 인간은 그 목적지에 닿기 위한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들 인간 모두는 원시시대의 끈적거리는 점액과 껍질 따위의 동물적 출생에 의거한 온갖 너저분한 잔재를 죽을 때까지 질질 끌고 다닌다. 끝내 인간화하지 못하고 개구리나 도마뱀이나 개미의 단계에서 성장을 그쳐버리는 인간도 있고, 머리만 인간이고 그 아랫부분은 물고기인 상태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인간은 모두 인간화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은 심연에서 비롯되어 같은 어머니를 통해 출생된 자연의 자식이며, 그 각각이 독자적인 목표를 향해 전진해 가는 낱낱의 실험체이기도 하다.


  각기 독보적 존재이기는 하나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지닌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없다.



 


데미안 서문 -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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