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5살때여부터였던것 같다.
시덥찮은 이유로 할어버지한테 호통을 들었을때 젓가락을 휘둘러 아버지의 눈을 찔렀다.
그때부터 라운드가 시작된것 같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각의 링에서 홀로 남겨졌다는걸 알았을때 말이다. 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는데 링에 올랐어야했고, 누군지 모르는 그들에게 얻어터져야했다. 밖에는 코치도 없고, 글러브도 없으며, 심지어 상대는 야구배트를 휘두르기도 했다. "소년법모름?" 하면서 풀스윙으로 휘두르는 배트를 맨몸으로 맞아야했다. 7라운드부터 12라운드가 특히 힘들었고, 13~15라운드가 좀 나아졌으며, 16~18라운드는 살만했지만, 맞는게 만성이 되어버린 나는 지는게 일상화 되어있었다. 3분간 공이 치고 흠씬두들겨 맞고, 1분동안 신나는 상상을 했다. 링밖에서 내가 할수 있는것들에 대해, 오락실을 열심히 다녔고, 컴퓨터를 하고, 동네 5-6살 어린 친구들과 놀며, 다시 3분동안 맞고를 반복하면.
이상하게도 비현실적이 된다. 어디서부터가 라운드이고, 언제부터가 휴식시간이 끝났는지 말이다.
19~28라운드까지는 아무일이 없었다. 너무 치기 쉬운 센드백이었는지, 아니면 더이상 촉법소년이 되기를 무서워한 그들이 상대를 안해줬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사실. 사각의 링에서 이기고 지고는 문제가 될게 없었다. 때에 맞춰 손에 테이핑을하고 끝나면 몸을 풀고, 줄넘기를 넘고, 쉐도우 복싱을 하는것이 다 였을지도 모른다. 28라운드가 되었을때 맞는것에 만성화되어있던 나는 어떤이유 에선지는 모르지만 리얼스틸의 로봇을 조종하는 휴잭맨처럼 누군가를 만나게되고, 35라운드까지 누군가를 때려보기도, 상처를 줘보이고 심지어 가끔은 이겨보이기까지 하며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깡통은 깡통이었던걸까. 흥미가 떨어지면 더 좋은기능의 무언가를 찾게 되듯 그냥 버려지게 되는것처럼.
일상을 나눈다는것은, 그래서 어려운일이다. 링에 올라가는것도, 실은 같이 몸을 풀고, 식단조절을 하고, 줄넘기를 할때 카운트를 해주고, 쉐도우 복싱을 할때 자전거를 타며 페이스 메이커를 해주는것이 행복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링에서의 승패가 중요한사람도 있으니까. 누군가에겐 당연한것들이, 다른사람들에게는 힘써야 한다는것을 깨달으면 당연한 사람들의 시야에는 그외의 것들이 한심해 보이기도 할것이다.
물론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였지만..
두번의 코치가 그후에 있었지만, 수렁에서 건저 올리지는 못했다. 주먹을 뻗으세요 레프트 훅을 날리세요. 그러면 그에 따라 맞춰서 주먹을 휘두르면 되는거였지만, 그걸 복싱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야 말로 단조로운 근육의 움직임이었을뿐이지 복싱인지 춤인지는 알길이 없는것처럼.
지금은 이 링에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 3분과 1분사이에 공은 계속 울리지만, 경계가 흐릿하다. 상대가 없는 링을 위해 러닝을 하고 줄넘기를 꾸준히 하는것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