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저는 인터뷰 때문에 제네바에 갔었습니다. 그날의 일정을 끝낸 뒤 만나기로 한 여자친구가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바람에 혼자 시내를 어슬렁거리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기분 좋은 밤이었습니다. 거리는 한적했고, 술집과 레스토랑에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모든게 한없이 평온하고 정돈되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내가 완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물론 그해의 다른 때에도 저는 자주 혼자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비행기로 두 시간만 가면 되는 곳에 있었고요. 어쨌든 그날처럼 들뜬 오후를 보낸 다음, 누군가와 말을 해야 하는 의무감도 느끼지 않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움을 관조하며 오래된 도시의 거리와 골목들을 산책하는 것만큼 값진 일도 없었겠지요. 그런데도 나는 외로움에 마음이 짓눌리는 둣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풍광을 함께 나눌 사람, 함께 삼책하고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말입니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여러개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전화를 걸어 불러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바에 들어가 술을 한잔 할까 생각했습니다. 분명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합석하자고 할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유혹을 뿌리쳤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이 세상에 있건 없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누구도 내가 내 삶에 대해 말하는 것에 귀기울이지 않고, 어줍잖은 나 같은 존재 없이도 세상은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갈 거라는 느낌만큼 참담한 것도 없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쓸모없고, 비참하다고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설령 그가 부자고 매력적이고 유쾌하더라도, 그 날 밤 그는 혼자고, 어제도 혼자였고, 아마 내일도 혼자일 테니까요. 데이트할 사람이 없는 학생들, 텔레비전이 유일한 구원인 양 바라보고 있는 노인들,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자문하며 호텔 방에 있는 사업가들, 오후 내내 공들여 화장하고 몸단장을 한 뒤 바에 가서 함께 있을 사람을 찾지 않는 척하며 앉아 있는 여자들. 그녀들은 자신이 아직도 매력적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남자들이 눈길을 던지고 말을 걸면, 그녀들은 거만한 표정으로 접근을 거부합니다. 열등감을 느끼고 걱정되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미혼모라서든지, 혹은 이른 아침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일에 매여서 신문을 읽을 시간도 없고, 그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보잘것 없는 사무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일까봐 두려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기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타고난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으며, 하나같이 잘생기고 부유한 명사들로 가득한 잡지를 읽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부부들은 예전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면서도, 좀더 중요한 다른 걱정거리들이 있기 때문에 대화는 다음날로 미룹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음날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그날 저는 막 이혼한 한 여자 친구와 점심을 먹었는데,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나는 내가 늘 꿈꾸던 자유를 갖게 됐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누구도 그런 자유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구속을 원합니다. 제네바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책과 인터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누군가가 우리곁에 있기를 원합니다. 샌드위치 두개를 살돈이 없어서 한 개만 사더라도 둘이서 나눠먹기를 원합니다. 혼자서 샌드위치 한 개를 다 먹는것보다는 그 편이 나으니까요.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중요한 축구경기를 보러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남자 때문에, 한창 열을 올리며 성당 탑에 대해 이야기는데 상점의 쇼윈도 앞에 자꾸 멈춰 서서 얘기의 맥을 끊어놓는 여자 때문에 데이트를 방해받는 것이, 혼자 제네바를 방문해서 홀로 세상의 모든 시간과 평온함을 누리는것보다 나으니까요.
홀로 있는 것보단 굶주리는 편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홀로 있을때 - 스스로 선택한 고독이 아니라 받아들을 수 밖에 없는 고독을 말하는 겁니다 - 우리는 더이상 인류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안락한 스위트룸, 예의 바른 종업원들, 최고의 서비스를 제하는 훌륭한 호텔이 강 건너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여전히 불행했습니다. 내가 이룬 것들로 즐거워 하고 만족스러워야 마땅한데도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의 눈빛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 한가운데서 고독을 선택한 척하는 사람들의 거만한 시선과 혼자인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슬픈눈빛.
제가 이 모든것을 말씀드린 이유는, 최근에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나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했던 여자와 함께한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전도서는 '찢어버릴 시간이 있고 꿰멜 시간이 있다'고 말하지만, '찢어버리는 시간'은 때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가장 나쁜건 혼자서 비참하게 제네바의 거리를 걷는게 아닙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그가 내삶에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것, 그것이 최악의 경우입니다."
- 오 자히르_코엘료 파울로